'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이란? 디파이 투자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리스크

디파이(DeFi)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연이율(APY) 수백, 수천 퍼센트에 달하는 화려한 숫자들이 우리를 유혹합니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높은 수익을 얻는 '이자 농사(Yield Farming)'는 많은 코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이 높은 수익률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초보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 IL)'입니다.

비영구적 손실은 유동성 공급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리스크입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높은 APY만 쫓아 유동성 공급에 뛰어들었다가는, 열심히 농사를 짓고도 오히려 자산이 줄어드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파이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비영구적 손실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실제 예시를 통해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비영구적 손실,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영구적 손실을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면, '내가 가진 코인을 유동성 풀에 넣었을 때와 그냥 내 지갑에 그대로 보관(HODL)했을 때의 자산 가치 차이'를 의미합니다. 즉,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그냥 가지고만 있었을 때보다 자산 가치가 덜 오르거나 더 많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기서 '비영구적(Impermanent)'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는, 이 손실이 유동성을 풀에서 인출하는 시점에 확정(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유동성을 공급한 두 코인의 가격 비율이 처음 예치했을 때와 똑같은 상태로 돌아온다면, 이 손실은 이론적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잠재적 손실' 또는 '실현되지 않은 손실'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영구적 손실을 '내 원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코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면 유동성 풀에 있는 내 자산의 총 가치도 분명 증가합니다. 다만, 그냥 지갑에 두었을 때보다는 '덜' 증가하게 되는데, 바로 이 '기회비용'이 비영구적 손실의 본질입니다.

2. 비영구적 손실은 왜 발생하는가? - AMM의 자동 리밸런싱

이 손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핵심 엔진인 AMM(자동화된 시장 메이커)의 작동 원리 때문입니다. AMM은 `x * y = k`라는 공식을 통해 유동성 풀 내 두 자산의 가치 비율을 항상 50:50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ETH/USDC' 풀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ETH의 가격이 외부 거래소에서 급등하면, AMM 풀의 ETH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집니다. 이때 차익 거래자(Arbitrageur)들이 등장해 풀에서 싼 ETH를 USDC로 사갑니다. 이 과정에서 풀에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USDC가 많아지고, 가치가 올라간 ETH는 줄어들게 됩니다. 유동성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비싸진 자산(ETH)은 팔리고, 싸진 자산(USDC)은 더 많이 보유하게 되는 셈입니다. 바로 이 '자동적인 리밸런싱' 과정에서 비영구적 손실이 발생합니다.

숫자로 이해하는 비영구적 손실 발생 과정

개념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 구체적인 숫자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초기 상태: 투자자 '김디파이'는 1 ETH = $3,000일 때, 1 ETH와 3,000 USDC를 유동성 풀에 공급합니다.
    • 총 예치 가치: $6,000
  • 가격 변동: 며칠 후, ETH 가격이 2배로 폭등하여 1 ETH = $6,000가 되었습니다.
  • 만약 그냥 HODL 했다면?: 김디파이가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고 지갑에 그대로 두었다면, 그의 자산 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1 ETH * $6,000) + 3,000 USDC = $9,000
  • 유동성 풀의 변화: ETH 가격이 오르자, 차익 거래자들이 풀에서 ETH를 사가고 USDC를 채워 넣었습니다. `x * y = k` 공식에 따라 풀의 자산은 재조정됩니다. 계산 결과, 김디파이의 지분은 이제 약 0.707 ETH와 4,242 USDC가 되었습니다.
    • 현재 풀에 있는 자산 가치: (0.707 ETH * $6,000) + 4,242 USDC ≈ $4,242 + $4,242 = $8,484

결과를 비교해 볼까요?

분명 유동성 풀에 넣어둔 자산 가치도 $6,000에서 $8,484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냥 지갑에 보관했다면 $9,000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차액인 $516 ($9,000 - $8,484)가 바로 김디파이가 겪은 '비영구적 손실'입니다. 이는 총자산의 약 5.7%에 해당합니다.

구분 초기 상태 (1 ETH = $3,000) 가격 변동 후 (1 ETH = $6,000) 비고
HODL 했을 경우 1 ETH + 3,000 USDC
(가치: $6,000)
1 ETH + 3,000 USDC
(가치: $9,000)
-
유동성 공급했을 경우 1 ETH + 3,000 USDC
(가치: $6,000)
0.707 ETH + 4,242 USDC
(가치: $8,484)
IL 발생: $516

3. 비영구적 손실, 그럼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유

이런 손실이 발생하는데도 왜 수많은 사람들이 유동성을 공급할까요? 그 이유는 유동성 공급자가 얻는 두 가지 보상, 즉 (1) 거래 수수료와 (2) 이자 농사(Yield Farming) 보상이 비영구적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동성 공급자는 해당 풀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의 수수료를 자신의 지분만큼 나눠 갖습니다. 거래가 활발한 풀일수록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디파이 프로토콜들은 유동성 공급을 장려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자신들의 거버넌스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따라서 유동성 공급자의 최종 수익을 결정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종 수익 = (거래 수수료 + 이자 농사 보상) - 비영구적 손실

결국 디파이 투자자는 비영구적 손실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보다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변동성이 큰 페어일수록 비영구적 손실의 위험은 커지지만, 보통 이런 풀들이 더 높은 거래 수수료와 보상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영구적 손실은 디파이의 복잡성과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높은 APY는 사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에 대한 대가인 셈입니다. 따라서 유동성 공급에 참여하기 전에는 내가 예치하려는 코인 페어의 변동성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되는 거래 수수료와 보상이 비영구적 손실의 위험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 위험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당신은 디파이라는 새로운 금융 세계에서 현명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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