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스테이킹(Liquid Staking)의 원리와 주요 프로젝트 분석 (Lido, Rocket Pool)
디파이(DeFi)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단순히 코인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더리움과 같은 지분증명(PoS) 블록체인의 성장에 발맞춰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리퀴드 스테이킹(Liquid Staking)', 즉 유동성 스테이킹입니다.
기존의 스테이킹은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는 훌륭한 방법이었지만, 한번 스테이킹하면 일정 기간 동안 자산이 묶여버리는 치명적인 단점(비유동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퀴드 스테이킹은 이 문제를 해결하며 '스테이킹 보상'과 '자산의 유동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길을 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리퀴드 스테이킹이 무엇이며, 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표 주자 라이도(Lido)와 로켓풀(Rocket Pool)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자본 효율성의 혁명: 리퀴드 스테이킹이란 무엇인가?
리퀴드 스테이킹은 사용자가 자신의 암호화폐(예: 이더리움)를 특정 프로토콜에 스테이킹하면, 그에 대한 '영수증' 역할을 하는 새로운 토큰을 받는 서비스입니다. 이 영수증 토큰을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LST, Liquid Staking Token)' 또는 '유동성 스테이킹 파생상품(LSD, Liquid Staking Derivative)'이라고 부릅니다.
핵심은 바로 이 LST에 있습니다. 이 토큰은 원본 자산(예: 이더리움)의 소유권과 스테이킹 보상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일반적인 ERC-20 토큰처럼 자유롭게 거래하거나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 원본 자산을 스테이킹하여 꾸준한 스테이킹 보상을 받는다.
- 받은 LST를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랜딩, DEX 등)에서 활용하여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
묶여 있던 자본을 해방시켜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 이것이 바로 리퀴드 스테이킹이 디파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2. 리퀴드 스테이킹의 절대 강자: 라이도 (Lido)
라이도(Lido)는 리퀴드 스테이킹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압도적인 1위 프로젝트입니다. 엄청난 시장 점유율과 사용 편의성을 바탕으로 리퀴드 스테이킹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라이도의 작동 방식과 특징
- 최소 예치 수량 없음: 이더리움 솔로 스테이킹을 위해서는 32 ETH가 필요하지만, 라이도를 이용하면 0.01 ETH 같은 소액으로도 누구나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stETH (Staked ETH): 사용자가 라이도에 ETH를 예치하면 1:1 비율로 stETH라는 LST를 받습니다. 이 stETH는 '리베이스(Rebase)' 토큰으로, 매일 발생하는 스테이킹 보상이 stETH 수량 자체에 반영되어 지갑에 보유한 stETH의 개수가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 선별된 노드 운영자: 라이도는 사용자들이 예치한 ETH를 모아, 라이도 다오(DAO)가 선별하고 관리하는 전문적인 노드 운영자들에게 위임하여 스테이킹을 진행합니다. 이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중앙화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합니다.
라이도의 장점과 단점
- 장점:
- 최고의 편의성: 사용자는 복잡한 과정 없이 ETH를 예치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 압도적인 유동성: stETH는 커브(Curve), 에이브(Aave) 등 대부분의 주요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지원되어 현금화하거나 담보로 활용하기가 매우 용이합니다.
- 단점:
- 중앙화 리스크: 라이도가 전체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의 3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탈중앙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됩니다. 특정 주체가 네트워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3. 탈중앙성을 향한 도전: 로켓풀 (Rocket Pool)
로켓풀(Rocket Pool)은 라이도의 중앙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탈중앙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입니다. 누구나 노드 운영자가 될 수 있는 개방적인 구조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건강성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로켓풀의 작동 방식과 특징
- 두 종류의 참여자: 로켓풀은 일반 스테이커와 노드 운영자로 나뉩니다.
- 일반 스테이커: 최소 0.01 ETH를 예치하고 LST인 rETH를 받습니다.
- 노드 운영자: 32 ETH가 없어도 8 ETH 또는 16 ETH만 있으면 누구나 직접 노드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ETH는 일반 스테이커들의 자금 풀에서 충당됩니다. 이는 노드 운영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춘 혁신입니다.
- rETH (Rocket Pool ETH): rETH는 라이도의 stETH와 달리 '가치 상승(Reward-bearing)' 토큰입니다. rETH의 수량은 변하지 않지만, 스테이킹 보상이 쌓이면서 ETH 대비 rETH의 교환 비율(가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상승합니다.
- 허가 없는 노드 운영: 라이도와 달리, 로켓풀에서는 정해진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허가 없이(Permissionless) 노드 운영자가 될 수 있어 네트워크의 탈중앙성을 강화합니다.
| 구분 | 라이도 (Lido) | 로켓풀 (Rocket Pool) |
|---|---|---|
| 핵심 철학 | 사용 편의성, 시장 점유율 극대화 | 탈중앙성, 네트워크 건강성 기여 |
| LST (유동성 토큰) | stETH (리베이스 방식: 수량 증가) | rETH (가치 상승 방식: 교환 비율 증가) |
| 노드 운영 방식 | DAO가 선별한 허가된(Permissioned) 운영자 | 누구나 참여 가능한 무허가(Permissionless) 방식 |
| 최소 노드 예치금 | 해당 없음 (일반 사용자만 참여) | 8 또는 16 ETH + RPL 토큰 |
| 주요 장점 | 간편함, 압도적인 유동성 및 디파이 연동성 | 높은 탈중앙성, 노드 운영 진입 장벽 완화 |
4. 리퀴드 스테이킹이 가져온 나비효과: LSDfi의 탄생
리퀴드 스테이킹의 등장은 단순히 스테이킹을 편리하게 만든 것을 넘어, LSDfi(LSD Finance)라는 새로운 디파이 하위 섹터를 탄생시켰습니다. LSDfi는 stETH, rETH와 같은 LST를 기초 자산으로 삼아 대출, 파생상품, 인덱스 등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금융 전략을 구사하는 프로토콜들을 의미합니다. 이는 LST가 디파이 생태계의 핵심적인 '담보 자산'이자 '머니 레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리퀴드 스테이킹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분증명 블록체인의 자본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중요한 혁신입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하며 보상을 받는 동시에, 해방된 유동성을 통해 디파이가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탐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리함과 시장 지배력을 중시한다면 라이도가, 블록체인의 근본 철학인 탈중앙성을 지지하며 네트워크에 직접 기여하고 싶다면 로켓풀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투자 철학과 리스크 허용도를 고려하여 이 강력한 금융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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