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공급'과 '이자 농사(Yield Farming)': 디파이 수익 창출의 핵심

앞선 글에서 우리는 디파이의 심장인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AMM이라는 혁신적인 엔진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AMM의 핵심에는 '유동성 풀'이 있었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대체 누가, 왜 자신의 소중한 코인을 그 유동성 풀에 맡기는 걸까?"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오늘 다룰 주제, '유동성 공급(Liquidity Providing)''이자 농사(Yield Farming)'에 있습니다.

만약 디파이를 단순히 코인을 교환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다면, 이번 글을 통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 유동성 공급과 이자 농사는 디파이 생태계에 직접 참여하여 은행 이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입니다. 코인으로 돈을 버는 방식이 단순 매매를 넘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과 원리를 심도 있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유동성 공급(Liquidity Providing), 디파이 생태계의 뿌리가 되다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유동성'입니다. 유동성이란 얼마나 쉽게 자산을 현금(또는 다른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말로, 거래소에서는 '거래량' 또는 '거래 깊이'와 비슷한 의미로 쓰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해야 사용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지체 없이 코인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는 바로 이 유동성을 DEX에 제공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코인을 유동성 풀에 예치함으로써 DEX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돕고, 그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받습니다. 디파이 생태계의 성장에 기여하는 가장 근본적인 참여자인 셈입니다.

유동성 공급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1. 거래소와 페어 선택: 유니스왑, 스시스왑 같은 DEX에서 유동성을 공급할 코인 페어(쌍)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ETH/USDT' 페어를 선택합니다.
  2. 자산 예치: 선택한 두 종류의 코인을 50:50 가치 비율로 유동성 풀에 예치합니다. 예를 들어 1 ETH가 3,000 USDT의 가치를 지닌다면, 1 ETH와 3,000 USDT를 함께 예치해야 합니다.
  3. LP 토큰 수령: 예치가 완료되면, 해당 풀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증명하는 'LP 토큰'을 받게 됩니다. 이 LP 토큰은 일종의 '예금 증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4. 수수료 수익 발생: 이제부터 해당 'ETH/USDT' 풀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수수료(보통 0.3%)의 일부를 자신의 지분율에 따라 분배받게 됩니다. 사용자들이 거래를 많이 할수록 LP의 수익은 늘어납니다.

이처럼 유동성 공급은 DEX의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대가로 수수료 수익을 얻는, 디파이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 모델입니다.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듯, LP는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냅니다.

2. 이자 농사(Yield Farming),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고차원 전략

유동성 공급이 단순히 '예금 이자'를 받는 수준이라면, 이자 농사(Yield Farming)는 그 이자를 담보로 또 다른 대출을 받아 새로운 곳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훨씬 더 적극적이고 복합적인 수익 극대화 전략입니다. '농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마치 씨앗(자본)을 심어 작물(수익)을 수확하고, 그 작물을 팔아 얻은 돈으로 더 좋은 씨앗을 사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자 농사의 핵심은 'LP 토큰을 활용한 추가 수익 창출'에 있습니다.

이자 농사의 일반적인 과정

앞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LP 토큰'이라는 예금 증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단순한 LP는 이 증서를 지갑에 보관하며 수수료 수익만 얻습니다. 하지만 '이자 농부(Yield Farmer)'는 이 LP 토큰을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1. 유동성 공급 및 LP 토큰 획득: (위와 동일) DEX의 유동성 풀에 코인 페어를 예치하고 LP 토큰을 받습니다.
  2. LP 토큰 스테이킹(예치): 해당 DEX나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제공하는 '농장(Farm)'에 이 LP 토큰을 다시 예치(스테이킹)합니다. 이는 "나는 이 유동성을 단기간에 빼지 않을 것이다"라는 약속과 같습니다.
  3. 추가 보상 획득: 프로토콜은 유동성을 장기간 묶어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들의 거버넌스 토큰을 이자 농부에게 추가로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팬케이크스왑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받은 LP 토큰을 스테이킹하면 보상으로 'CAKE' 토큰을 받는 식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자 농부는 (1) 거래 수수료 수익 + (2) 거버넌스 토큰 보상이라는 두 가지 수익을 동시에 얻게 되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거버넌스 토큰을 다시 다른 풀에 예치하는 등 더욱 복잡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구분 단순 스테이킹 유동성 공급 이자 농사 (Yield Farming)
핵심 활동 단일 코인을 네트워크에 예치 코인 페어를 유동성 풀에 예치 LP 토큰을 다시 예치(스테이킹)
주요 수익원 네트워크 검증 보상 (코인) 거래 수수료 거래 수수료 + 거버넌스 토큰 보상
주요 리스크 코인 가격 하락 비영구적 손실 (Impermanent Loss) 비영구적 손실 +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
난이도

3. 화려한 수익률의 그림자: 반드시 알아야 할 위험

연이율(APY) 수백, 수천 퍼센트라는 경이로운 숫자는 이자 농사의 매력이지만, 그 이면에는 반드시 인지해야 할 치명적인 위험들이 존재합니다.

  • 비영구적 손실 (Impermanent Loss): 유동성 공급의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입니다. 내가 예치한 두 코인의 가격 비율이 변할 때 발생하며, 코인을 그냥 지갑에 가지고 있었을 때보다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클수록 손실도 커질 수 있습니다. '비영구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코인 가격이 원래 비율로 돌아오면 손실이 사라지기 때문이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 이자 농사는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프로토콜이라도 스마트 컨트랙트에 버그나 취약점이 있다면, 예치한 모든 자산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해킹 위험에 노출됩니다.
  • 보상 토큰의 가치 하락: 이자 농사의 높은 수익률은 대부분 새로 발행되는 거버넌스 토큰 보상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이 토큰의 가격이 급락하면, 겉으로 보이는 APY는 높아도 실제 수익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손실일 수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과 이자 농사는 디파이라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에 자본을 공급하고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는 혁신적인 방법입니다. 전통 금융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코드의 취약점과 시장의 변동성이라는 새로운 위험을 동반합니다. 따라서 디파이의 높은 수익률에만 현혹되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작동 원리와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디파이의 기본 원칙을 항상 기억하며, 소액으로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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